안녕하세요, 고위드 재무팀 지윤실입니다.
고위드 법인카드 결제 데이터를 보면, 2025.4Q 대비 2026.1Q 한 분기 만에 AI관련 결제액이 32.4억에서 62.2억 원으로 91.8% 증가했습니다. 사용 법인 수는 9.1% 늘었는데 금액은 90% 넘게 뛰었다는 건 새로 도입한 회사가 늘어서가 아니라, 이미 쓰고 있던 회사들이 훨씬 더 많이 쓰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법인당 평균 결제는 263만 원에서 462만 원으로, 직원당 월 비용은 3.2만 원에서 5.7만 원으로 올랐고요.
저희 고위드도 예외가 아닙니다. AI 관련 비용은 한 분기 만에 3배 넘게(+219%) 늘었거든요. 이 숫자를 보면서 한 가지 질문이 따라왔습니다. "이게 우리가 가려는 방향에 맞게 쓰이고 있는 걸까."
많이 써봐야 한다, 맞는 말이었어요
"AI는 일단 많이 써봐야 한다"는 말, 요즘 어디서나 들려요. 사람은 익숙한 방식에 머무르려 하니, 판이 바뀌는 지금 그 습성에 갇히면 뒤처진다고요. 강의로 익혀지는 게 아니라 직접 토큰을 태워봐야 빨리 적응하고 효율도 오른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들이에요.
다만 비용을 보는 사람으로서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게 끝없이 태울 수만은 없다는 거예요. 그냥 흘러가게 두면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처럼 어느 순간 비용이 조용히 많이 불어나 있거든요. 이제는 실험의 시기에서 점검의 시기로 넘어가야 할 때입니다.
모든 비용에는 목적이 있어야 해요
회사의 모든 비용에는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회사 가치와 맞닿아 있어야 하죠. 재무팀이 어떤 비용을 보든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고, AI 비용도 예외가 아니에요. "이 툴에 돈을 쓰는 이유가 지금 회사가 만들려는 가치와 맞닿아 있는가." 여기에 바로 답할 수 없다면, 목적 없이 흘러가는 비용이라는 신호입니다.
그럼 AI 비용은 어떤 가치를 주고 있을까요?
AI 비용이 늘어난 만큼 매출도 늘었을까요
AI 결제가 있던 고객사들을 비용을 얼마나 늘렸는지에 따라 그룹으로 나눠, 각 그룹의 매출 흐름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봤습니다.
AI 비용을 얼마나 늘렸나 | AI 비용 증가율 | 매출 흐름 증가율 |
|---|---|---|
많이 늘린 그룹 (1.5배 이상) | +179% | +1.6% |
조금 늘린 그룹 | +25.8% | -3.7% |
유지하거나 줄인 그룹 | -41.3% | -7.7% |
전체 | +93.2% | -2.3% |
2025.4Q, 2026.1Q 매출과 AI관련 결제가 확인되는 1,260개사 기준
표를 보면, AI 비용을 가장 공격적으로 늘린 그룹조차 비용이 +179%가 되는 동안 매출 흐름은 +1.6%에 그쳤습니다. 비용을 줄인 그룹과 늘린 그룹을 견줘봐도, 매출 흐름은 비용 증감폭만큼 갈리지 않고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한 분기 만에 전체 AI 비용을 2배 가까이(+93%) 늘렸지만, 그만큼이 매출 흐름으로 이어졌다는 신호는 아직 약합니다. 그래서 다음 질문이 더 중요해져요.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말, 증명할 수 있나요
매출이 아니라면, 흔히 드는 또 다른 명분이 있죠. 생산성입니다. AI를 도입하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한 사람이 이 일 저 일 더 많이 할 수 있게 됐다고요. 근데 저는 이 말 앞에서 항상 한 가지를 물어보게 돼요.
"그게 측정되고 있나요?"
측정할 수 없다면 좋아졌다고 할 수 없습니다. 느낌으로 바빠 보이던 게 줄었다고 해서, 또는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아진 건 아니에요. 진짜 효율이 높아졌다면 비용이 줄었거나, 매출에 기여했거나, 더 빠르게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는 숫자가 나와야 합니다.
그게 없다면 AI를 이만큼 활용하고 있다는 만족감만 가진 채, 비용은 비용대로 나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쓸모없는 만족감은 꽤 비싸거든요.
잘나가는 회사를 따라가면 생기는 일
효과가 이렇게 불분명한데도 자꾸 더 밀어붙이게 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름이 알려진 회사들이 AI 도입을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걸 보면서 FOMO(Fear Of Missing Out,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를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저도 불안에 사로잡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현금에 여유가 있는 회사는 실험이 실패해도 그 비용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반면 타이트하게 운영하는 회사는 같은 실험을 하고도 실패를 떠안을 여력이 없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손실의 크기 자체가 다른 겁니다.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탄탄한 회사와 그 기반이 아직 흔들리는 회사가, 같은 전략을 쓸 수는 없습니다. 받쳐주는 토대 없이 남을 따라가다가는, 있던 것마저 잃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나는 AI 안 써"라는 쇄국정책이 답은 아니에요. 문제는 도입 여부가 아니라 우리 회사의 우선순위에 맞게 쓰이고 있는가, 입니다.
우선순위가 먼저, 그다음이 도구예요
우선순위를 잡는 첫 질문은 이겁니다.
"우리 회사가 지금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가 무엇인가."
여기에 명확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과제를 중심으로 AI가 쓰이고 있는지 보는 거니까요. 과제가 명확해야 생산성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문제를 AI가 더 빠르게 풀어주고 있는지, 그게 기준입니다.
두 번째 질문은 정렬입니다. 방향을 정했다고 끝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업무가 그 우선순위에 맞게 맞춰지고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AI 툴이 각자 알아서 쓰이고 있다면, 좋은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자원이 흩어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 팀이 AI를 어디에 쓰고 있는지" 회사가 바로 답할 수 있는지, 그게 기준입니다.
여기서 이런 반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맡기고 알아서 쓰게 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나?" 자율과 신뢰는 중요합니다. 다만 그것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된다"는 핑계가 되는 순간, 자율은 방임이 됩니다. 방향이 없으면 자율은 통제되지 않는 비용으로 돌아올 뿐입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과 점검이 필요합니다. 자율을 꺾자는 게 아니라, 신뢰하되 한 번은 확인하자는 겁니다.
지금 해볼 수 있는 것 2가지
어떻게 해야한다는 정답보다는 함께 해볼 수 있는 것들을 공유할게요.
① AI 관련 비용 목록 확인하기
법인카드 내역에서 AI 관련 항목을 다 모아보세요. Claude, ChatGPT, Cursor, Gemini 등 생각보다 중복되거나 아무도 안 쓰는 구독이 나올 수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AI를 사용할 수록 함께 늘어나는 비용(AWS, GCP 등)들도 함께 살펴보아야 합니다.
② 런웨이에 AI 관련 비용 증가 추세를 반영해서 다시 계산해보세요
런웨이(Runway, 현재 현금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를 계산할 때 AI 비용 증가 추세에 대한 부분이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분기마다 90% 넘게 늘고 있는 항목이라면, 이 추세를 반영한 런웨이는 지금 계산하고 있는 것과 꽤 차이가 날 수 있어요. 6개월 후 숫자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한번 확인해보세요.
마무리
방향 없이 쓰면, 결국 AI 회사 좋은 일만 하게 됩니다.
비용을 무조건 아껴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에 맞게 쓰이고 있는지, 그 과제에 구성원들이 얼라인되어 있는지 그 점검만큼은 해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