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마 없이 3개월, 디자이너가 AI로 디자인하며 배운 것

고위드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피그마 없이 AI(Claude Code)로만 3개월간 디자인하며 겪은 시행착오와 발견. 단순 UI 수정부터 실제 데이터 기반 검증까지 AI가 유효했던 영역과 여전히 사람이 필요한 판단의 경계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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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6, 2026
피그마 없이 3개월, 디자이너가 AI로 디자인하며 배운 것
안녕하세요! 🙌 고위드에서 지출관리 서비스를 디자인하고 있는 프로덕트 디자이너 신선주입니다. 개발도 AI도 친숙하지 않은 디자이너가 3개월간 피그마 없이 AI로 디자인해본 이야기를 공유하려고 해요.

왜 이 도전을 시작했는지

요즘 링크드인이나 커뮤니티를 보면 AI로 서비스 화면을 직접 만들고 배포했다는 이야기가 자주 보입니다. 직군을 불문하고 개발을 몰라도 기획부터 디자인, 구현까지 혼자 완성한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어요.
고위드 안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저도 평소에 느끼고 있었어요. 피그마에서 디자인하고, 개발자에게 전달하고, 구현된 화면을 다시 확인하고, 수정 사항을 다시 전달하고 — 이 과정에서 생기는 비효율이 꽤 크다는 걸요. AI를 활용하면 이 간극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 궁금함에서 피그마 없이, AI로만 디자인을 만들어 개발자에게 전달하는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AI를 쓰면 뚝딱 나올 줄 알았어요

Claude Code를 쓰기 전 기대가 정말 컸어요. 문제를 설명하면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나은 UX 방향을 제안해주고, 그 방향 그대로 서비스에 바로 붙일 수 있는 UI까지 빠르게 만들어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달랐어요. 디자인 시스템이 잘 정리되어 있고, 실제 운영 중인 웹 코드가 있는 환경에서 작업했는데도 원하는 결과가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우리 서비스 스타일과 전혀 다른 느낌의 화면을 새로 만들어내는 경우도 허다했어요.
AI가 처음 만들어준 UI(왼쪽)과 AI와의 여러 번 핑퐁을 거쳐 완성한 최종 결과물(오른쪽)
AI가 처음 만들어준 UI(왼쪽)과 AI와의 여러 번 핑퐁을 거쳐 완성한 최종 결과물(오른쪽)
사이드 네비게이션 안에 들어가는 튜토리얼 UI를 만드는 작업에서는 원하는 수준까지 맞추는 데 하루를 거의 다 썼어요. 피그마에서 작업했으면 30분이면 됐을 작업을요. 레이아웃은 빠르게 나왔지만, 아래와 같은 디테일은 제가 기대했던 퀄리티의 UI로 만들어내기 어려웠습니다.
  • 기존 컴포넌트와 어울리는 밀도
  • 사용 흐름 안에서 자연스러운 위치
  • 눌렀을 때 어색하지 않은 인터랙션
결국 이런 부분들은 제가 직접 수정해야 했습니다. “프로그레스바 커스텀하지 말고 디자인 시스템에 있는 걸로 써", "컬러 우리 디자인 시스템에 있는 primary 500 써" 같은 피드백을 반복하면서 수동 디자인보다 오히려 더 많은 수정 사이클이 발생했어요.

AI가 빛을 발한 순간도 있었어요

삽질이 많았지만, AI로 디자인하니까 피그마에서는 절대 발견할 수 없던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한 순간도 있었어요. 가장 뚜렷했던 건 이용내역 테이블 시인성 개선 작업이었습니다.
고위드 지출관리 서비스에서 이용내역 관리 페이지는 관리자가 매일 들어와서 임직원들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하고, 검토하고, 처리하는 핵심 화면이에요. 그리고 이 화면의 중심에는 테이블이 있습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얼마를 썼는지 — 관리자가 가장 많이 보고, 가장 많이 클릭하고, 가장 많이 판단하는 곳이 바로 이 테이블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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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리뉴얼 때는 피그마에서 유저 스토리를 기반으로 디자인했는데, 놓치는 것들이 정말 많았어요. 피그마의 테이블은 본질적으로 "고정된 너비에 예쁜(정돈된) 데이터를 넣은 스냅샷"이거든요.
실제로 리뉴얼 배포 이후 테이블 사용성에 대한 VOC가 들어왔고, 시인성 개선을 다시 진행하게 됐어요. 이번에는 FE 개발자분들이 만들어주신 디자인 놀이터*에서 실제 데이터를 넣고 직접 구현하면서 디자인했어요. 그랬더니 피그마에서는 보이지 않던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디자인 놀이터: 개발 데이터를 활용해 실제 동작을 확인할 수 있는 디자이너를 위한 실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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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너비 시스템 자체가 문제였어요. 기존에는 브라우저 너비가 달라지면 모든 컬럼이 동일한 비율로 늘어나거나 줄어들었어요. 문제는 컬럼마다 담기는 텍스트 길이가 전혀 다르다는 거예요. 가맹점명처럼 긴 텍스트가 들어가는 컬럼은 너비가 부족해서 말줄임이 일어나고, 날짜나 금액처럼 짧은 정보가 들어가는 컬럼에는 불필요한 여백이 남았어요.
피그마에서는 1440px 한 가지 너비로 디자인하니까 이런 문제가 안 보이지만, 실제 사용자는 1280~1920px 다양한 화면을 쓰잖아요. 프리뷰에서 브라우저 창을 줄였다 늘렸다 하면서 어떤 컬럼에 더 많은 여유를 줘야 하는지 직접 확인하고, 컬럼별로 다른 비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꿨어요.
 
또 하나 장점은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 AI에게 기능의 맥락을 주면, 고려해야 할 케이스를 미리 정리해주기도 했어요. "반려 후 재제출" 플로우를 설계할 때, 값을 수정했지만 실제로 안 바뀐 경우나 권한에 따라 보이지 않아야 하는 옵션처럼 — 피그마 화면만으로는 떠올리기 어려운 케이스들을 코드 구조를 기반으로 먼저 알려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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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프리뷰 환경에서 직접 구현하며 디자인하는 건 분명한 장점이 있었어요. 하지만 3개월간 여러 작업을 해보면서, AI로 할 수 있는 작업의 범위가 점점 뚜렷해졌습니다.

그래서 AI는 어디까지 쓸 수 있었을까

색상 변경, 간격 조정, 레이아웃 미세 조정 같은 단순한 UI 수정은 물론, 개발자분들이 만들어준 이벤트 심기 스킬을 활용해 보고 싶은 이벤트까지 직접 심고 PR을 올려 배포할 수 있었어요. 이런 작은 업무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분들에게 부탁하기 어려울 때가 있잖아요. 직접 수정하고 배포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건 분명 만족스러웠습니다.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줄었으니까요.
디자이너가 직접 올린 PR 중 머지까지 이어진 건, 결국 이런 단순한 수정들이었습니다.
디자이너가 직접 올린 PR 중 머지까지 이어진 건, 결국 이런 단순한 수정들이었습니다.
반면 조건이 많은 작업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고위드 지출관리 서비스는 같은 화면이라도 누가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동작해요. 유저별 권한만 5가지이고, 각 권한마다 볼 수 있는 정보와 할 수 있는 행동이 전부 달라요. 여기에 진행 상태까지 더해지면 경우의 수는 빠르게 늘어나죠. 이런 작업에서는 AI에게 맡기기보다 먼저 피그마에서 구조를 정리한 뒤 시작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었어요. 하지만 AI가 정말 한계를 보인 건 경우의 수가 아니라 판단이었습니다.
 
AI는 80점짜리 답은 빠르게 줍니다. 하지만 저는 100점짜리 답이 필요해요.
약 3개월간의 실험을 돌아보면 UI를 만드는 시간보다 오래 걸린 건 이 문제를 정말 이렇게 풀어야 하는지 판단하는 시간이었습니다. AI에게 배경과 맥락을 설명하면 꽤 괜찮은 제안이 나왔어요. 그런데 "괜찮은"과 "최선"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그 차이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났던 건 다운로드 UX를 개선할 때였어요. 고위드 지출관리 서비스에서는 이용내역을 엑셀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화면에서 조회할 수 있는 기간은 최근 3개월, 다운로드는 최근 1년까지 가능했어요. 문제는 이 차이를 많은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3개월 이전 내역은 화면에서 보이지 않다 보니, "조회되지 않는 내역도 다운로드할 수 있나요?" 같은 문의가 계속 들어왔어요.
이에 맞춰 PM은 다운로드 모달 안에서 최대 1년까지 기간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을 더 명확하게 안내하는 방향으로 개선안을 정리해두었어요. AI도 기획된 방향에 맞춰 필요한 UI를 빠르게 만들었고, 정리된 조건 안에서는 충분히 괜찮은 답을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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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가 본 문제는 조금 달랐어요. 비슷한 SaaS 서비스들의 다운로드 경험을 보면, 사용자는 보통 "보고 있는 기준과 내려받는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크게 기대하지 않아요. 그래서 안내를 더 붙이는 것보다, 애초에 조회 기준과 다운로드 기준이 다르지 않게 만드는 쪽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용자가 별도로 해석하지 않아도 되도록 구조 자체를 맞추는 게 더 좋은 UX였어요.
이건 UI를 다듬는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으로 기준을 정리해야 해결되는 문제였고, 저는 UIUX로 해결한 것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제안했어요. 결국 최종적으로는 제가 제안한 솔루션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AI가 틀린 건 아니었어요. 정리된 조건 안에서는 충분히 괜찮은 답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UI로 풀 게 아니다" 라고 결정 자체를 바꾸는 순간은 여전히 사람이 만들고 있었어요.

디자이너의 시간은 어디에 쓰여야 할까

이 경험이 저한테 남긴 건 AI 활용법 자체가 아니었어요. 오히려 내 시간을 어디에 더 써야 하는지가 선명해졌습니다.
리서치, 데이터 분석, 유저 케이스 정리, 모션 적용처럼 몇 시간이 걸리던 일도 이제는 AI를 활용하면 훨씬 빠르게 결과물까지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그만큼 더 중요해진 건, 나온 결과를 보고 방향을 바로잡는 일이었습니다.
안내 문구를 하나 더 붙일지보다 기준 자체를 바꾸는 게 맞는지, 새로운 UI를 만들기보다 기존 디자인 시스템 안에서 푸는 게 맞는지, 겉으로는 단순해 보여도 실제 사용 흐름 안에서 어떤 맥락을 먼저 봐야 하는지, 이런 판단은 결국 사람이 하고 있었어요.
디자인 도구는 계속 바뀌고 있고, 디자이너가 하는 일의 무게중심도 함께 움직이고 있어요. 하지만 그 안에서 디자이너는 화면을 만드는 사람이라기보다,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어떤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지 결정하는 역할에 더 집중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위드는 디자인 챕터에서도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을 계속 실험하고 있어요. 어떤 과정은 빠르게 줄어들었고, 어떤 과정은 오히려 더 정교해져야 했습니다. 그 안에서 부딪힌 경험들, 앞으로도 하나씩 나눠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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