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은 같은데, 현금이 부족해지는 이유
회사의 상태는 세가지 숫자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먼저 재무상태표는 회사의 체격입니다. 회사가 무엇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손익계산서는 체력입니다. 일정 기간 동안 얼마나 벌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돈이 실제로 돌고 있는지는 혈액에 해당하는 현금흐름을 봐야 합니다. 혈액이 제대로 돌지 않으면 체격이 크고 체력이 좋은 회사도 쓰러질 수 있습니다.
비용이 지난달과 같은데 통장이 빠듯하다면, 체력( 손익 )보다 혈액( 현금흐름 )을 먼저 봐야 합니다.
1. 손익은 +20인데 통장은 30이 줄었다
통장에 100이 있는 회사가 한 달 동안 매출 100을 올렸습니다. 원가 50과 판관비 30을 쓰고 나니 손익계산서에는 20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한 달 뒤 통장을 열어 보니 잔고가 70 있니다. 120이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30이 줄었습니다.
이유는 매출 100 가운데 실제로 들어온 돈이 50뿐이었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50은 외상으로 남았지만, 비용 80은 그대로 나갔습니다. 매출은 판매가 이뤄진 시점에 손익계산서에 잡히지만, 돈이 통장에 들어오는 날은 그보다 늦습니다. 매출이 잡히는 날과 돈이 들어오는 날이 다르면 손익과 실제 잔고 사이에 차이가 생깁니다. 이 회사에서는 그 차이가 50이었습니다.
손익 관리와 현금 관리는 다른 일입니다. 정산 주기가 길고 결제가 늦어질수록 손익이 흑자여도 현금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2. 잔고 안에는 ‘나갈 곳이 정해진 돈’이 섞여 있다
반대로 비용은 이미 발생했지만 돈은 아직 나가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통장에 돈이 남아 있어도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생각보다 적습니다.
해마다 한 번 정산하는 4대보험, 쌓여 가는 퇴직금, 고객에게 받아 두었다가 몇 달에 한 번 내는 부가세, 1년 치를 한 번에 내는 소프트웨어 구독료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장부에는 매달 조금씩 비용으로 잡히지만, 현금은 어느 날 한꺼번에 빠져나갑니다.
잔고를 매달 줄어드는 현금 규모로 나누면, 지금 가진 돈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를 런웨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잔고에 앞으로 지급해야 할 돈이 섞여 있으면 런웨이가 실제보다 길게 계산됩니다. 고위드가 진단한 한 회사는 잔고에 이런 돈이 2억 1천만 원이나 섞여 있었습니다. 런웨이를 12개월로 알고 있었지만, 이 돈을 빼고 다시 계산하니 7개월로 줄었습니다. 실제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이 생각보다 40% 넘게 짧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잔고는 나눠서 봐야 합니다. 먼저 지급할 곳이 정해진 돈을 빼고, 앞으로 30일 안에 나갈 돈은 운영준비금으로 따로 잡습니다. 그다음 고정비 석 달 치는 비상금으로 떼어 다른 통장에 넣어 둡니다. 새로운 시도에 쓸 수 있는 돈은 이 금액들을 빼고 남은 돈입니다.
3. 한 달 평균은 괜찮아도 바닥을 치는 주가 있다
런웨이는 평균을 기준으로 계산한 값입니다. 한 달에 평균 얼마가 줄어드는지 알아도, 실제로 현금이 언제 부족해지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주 단위로 살펴보면 거의 잔고가 줄지 않는 주도 있고, 큰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주도 있습니다.
급여일, 부가세 내는 날, 거래처 대금 지급일이 한 주에 몰리면 그때 잔고가 가장 낮아집니다. 월말 잔고만 봐서는 이런 상황을 놓치기 쉽습니다.
앞으로 8주 동안 들어올 돈과 나갈 돈을 주 단위로 적어 보면 현금이 가장 부족해지는 시점을 알 수 있습니다. 날짜가 정해진 큰 지출부터 적고, 들어올 돈은 확실한 것만 반영합니다. 고고위드 재무팀도 매주 입출금 스케줄과 계좌 잔액을 이렇게 맞춰 봅니다.
4. 매출이 늘면 돈이 먼저 나간다
매출이 늘며 성장해도 현금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비용 자체가 늘어서만은 아닙니다. 매출이 현금으로 돌아오기 전에 먼저 지출해야 하는 돈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돈이 회사 밖에 나가 있는 기간은 세 가지 숫자로 계산합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기까지 걸리는 날, 판매 후 대금을 받기까지 걸리는 날, 거래처에 대금을 지급하기까지 확보할 수 있는 여유 기간입니다. 앞의 두 기간을 더하고 마지막 기간을 빼면 됩니다.
팔리기까지 40일, 대금을 받기까지 45일, 거래처에 지급하기까지 남는 여유가 25일인 회사라면 총 60일입니다. 연매출 50억 원이면 약 8억 2천만 원이 늘 회사 밖에 나가 있는 셈입니다. 돈은 판매 40일 전부터 나가고, 판매한 뒤에도 45일이 지나야 돌아옵니다. 이 회사가 매출을 50% 늘리면 그만큼 운전자금도 늘어나므로 4억 1천만 원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테크 회사는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1년 치 구독료를 미리 받는 사업이라면 현금이 먼저 들어오지만, 매출이 발생하기 전부터 개발자 월급과 클라우드 비용이 나갑니다. 프로젝트나 용역으로 매출을 내는 회사는 납품하고 두세 달 뒤에야 돈을 받기도 합니다. 사업 모델은 달라도 매출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현금이 먼저 필요한 상황은 충분히 생길 수 있습니다.
흑자인데도 돈이 모자라는 회사는 매출을 늘리는 데 필요한 현금을 미리 계산해 두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5. 나가는 날을 바꾸면 버티는 기간이 바뀐다
비용을 줄이지 않더라도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시점을 조정하면 현금 사정이 나아질 수 있습니다.
먼저 돈을 받는 시점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연간 선납이나 계약금을 받거나, 정산이 빠른 결제 수단의 비중을 높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반대로 돈을 내는 시점은 거래처와 결제 조건을 다시 협의해 늦출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 비용과 광고비, 소프트웨어 구독료 등을 법인카드로 결제하면 통장에서 현금이 빠져나가는 시점을 카드 결제일까지 늦출 수 있습니다.
연매출 50억 원인 회사가 돈이 돌아오는 기간을 하루 줄이면 약 1,370만 원, 열흘 줄이면 약 1억 4천만 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비용을 줄이지 않고도 현금이 묶여 있는 기간을 단축해 활용할 수 있는 돈을 늘리는 것입니다.
매출을 따라 움직이는 비용은 그 매출로 회수한 돈으로 갚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이런 비용은 현금이 돌아오는 기간에 맞춰 단기적으로 조달하면 되고, 반드시 투자금으로 메울 필요는 없습니다. 반면 월급과 임차료처럼 매출이 없어도 나가는 돈은 영업으로 벌어 남긴 현금에서 충당해야 합니다.
6. 이번 주에 할 일
첫째, 지난달 손익과 통장 잔고 변화를 나란히 놓고 차이가 얼마인지 봅니다
차이가 크다면 외상으로 남은 매출과 아직 지급하지 않은 돈부터 확인합니다.
둘째, 나갈 곳이 정해진 돈을 잔고에서 빼고 런웨이를 다시 계산합니다
4대보험 정산, 퇴직금, 맡아 둔 부가세, 연납 구독료 등을 빠뜨리지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셋째, 앞으로 8주 동안 들어올 돈과 나갈 돈을 주 단위로 적습니다
잔고가 가장 낮아지는 주를 찾고, 어떤 지출이 겹치는지 표시합니다.
넷째, 금액이 큰 지출 세 개의 지급일을 확인합니다
법인카드로 결제하거나 거래처와 결제 조건을 다시 협의해 지급 시점을 조정할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다음 달 잔고를 미리 보려면 비용이 얼마인지뿐 아니라, 그 돈이 언제 들어오고 나가는지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