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위드의 재무팀장 지윤실입니다.
3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법인세 신고 시즌. 올해도 잘 마무리하고 계신가요?
"저희는 아직 적자라서 낼 세금이 없어요."
대표님들께 정말 자주 듣는 말입니다. 충분히 이해해요. 적자 기업은 법인세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이 시즌을 그냥 넘겨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적자일 때 더 꼼꼼히 챙겨야 할 것들이 있거든요.
고위드와 함께하는 법인 중 매출이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한 기업만 따로 추려봐도, 절반 가까이는 여전히 회계상 적자였습니다.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도 적자라는 건, 그만큼 미래 성장에 집중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는 뜻이겠죠.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기업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꼭 알아두셨으면 하는 내용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적자 기업에게 법인세 시즌은 '세금 문제'가 아니라 '구조를 점검하는 시간'입니다.
절세 팁을 알려드리려는 글은 아니에요. 대신, 적자 상태에서 한 번쯤 꼭 점검해볼 만한 3가지를 이야기하고, 세무조정계산서를 받으셨다면 AI로 빠르게 훑어보는 방법도 마지막에 함께 소개해드릴게요.
🧐 먼저 점검할 3가지
1. 결손금, 잘 자고 있나요?
결손금은 과거의 손실이 아니라, 미래에 쓸 수 있는 세금 자산입니다. 지금은 잠들어 있지만, 흑자 전환하는 순간 깨어나 세금을 줄여주죠.
시리즈A를 마친 한 커머스 스타트업이 있었어요. 3년간 누적 결손금이 40억 원이었는데, 신고 과정에서 확인해보니 초기 2개 연도의 결손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해당 연도 결손금이 약 10억 원 규모였는데, 법인세율(20%)을 적용하면 흑자 전환 시 공제받을 수 있었던 세금이 약 2억 원 줄어든 셈이었죠. 잠든 게 아니라 사라진 거예요.
결손금은 15년간 이월 공제가 가능합니다(2020년 이후 발생분 기준, 이전은 10년). 중소기업은 소득의 100%, 일반법인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어요. 다만 자동으로 관리되지는 않습니다. 결손이 발생한 사업연도에 장부를 갖추고, 법정기한 내 신고해야 이월 자격이 생겨요. 누락이 있다면 경정청구로 사후에 바로잡을 수 있지만, 별도 절차인 만큼 번거롭고 인정받지 못할 리스크도 있습니다.
한 가지만 여쭤볼게요. "우리 회사의 이월결손금이 연도별로 얼마인지, 지금 바로 말할 수 있나요?"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번 시즌이 정리할 타이밍입니다.
이월결손금은 세무조정계산서 내 자본금과 적립금조정명세서(별지 제50호서식 갑)에서 연도별 발생액과 공제 이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손실에도 '좋은 적자'와 '나쁜 적자'가 있습니다.
적자 자체는 문제가 아닐 수 있어요. 설명이 안 되는 적자가 문제입니다.
한 SaaS 스타트업 사례예요. 연간 손실 25억 원. 경영진은 "공격적 성장 투자"라고 설명했지만, 재무제표를 열어보니 손실의 40%가 사무실 이전, 소송 합의금, 폐기 재고 같은 일회성 비용이었어요. "반복 비용과 일회성 비용을 구분해주실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대표님은 바로 답하지 못하셨습니다.
투자자든, 이사회든, 내부 팀이든 누가 물어봐도 "우리 적자는 이런 구조입니다"라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해요. 매월 손익을 챙기기 어려웠다면, 법인세 시즌이 그 기회입니다. 1년치 재무제표가 확정되는 이 시점에, 손실을 성장 투자 / 운영 비용 / 일회성 비용으로 한번 정리해보세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적자라도 방향이 좋아지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해요. 적자의 크기보다 중요한 건 추세입니다. 아래 지표들을 전년과 비교해보시길 권합니다.
- 공헌이익(또는 매출총이익)이 개선되고 있는가 — 매출에서 직접 비용을 뺀 이익이 늘고 있다면, 사업 모델 자체는 건강해지고 있는 겁니다. 적자가 고정비(인건비, 임차료) 때문이라면, 매출이 일정 수준을 넘는 순간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뜻이에요.
- 인건비 대비 생산성이 좋아지고 있는가 — 1인당 매출, 1인당 공헌이익을 계산해보세요. 인원이 늘었는데 1인당 매출도 함께 늘고 있다면 건강한 성장이에요. 반대로 인원만 늘고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면, 적자의 성격을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 고객 획득 비용(CAC)이 안정적인가 — 매출이 느는 만큼 마케팅비도 비례해서 늘고 있다면 효율이 제자리인 거예요. CAC가 줄어들고 있다면, 지금의 적자는 시간이 해결해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적자인데 이 지표들이 전년보다 좋아지고 있다면, 그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적자예요. 반대로 매출은 느는데 이 지표들이 나빠지고 있다면, 성장의 질을 점검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이런 지표들은 매월 점검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매달 챙기기 어려운 기업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법인세 시즌을 시작점으로 삼아보세요. 1년치 재무제표가 확정되는 지금이, 우리 사업 모델에 맞는 지표가 무엇인지, 지표들이 어떤 추세인지 정리해보기 좋은 타이밍 입니다.
3. 지금 챙기지 않으면, 나중에 아까운 것들.

세액공제는 버리는 게 아닙니다
적자 기업은 세금을 안 내니까 세액공제가 의미 없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그런데 이건 꽤 아까운 오해입니다.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는 이월이 가능해요. 납부할 세액이 없더라도, 해당연도에 세액공제를 신청해두면 공제받지 못한 금액을 향후 10년간 이월해서 쓸 수 있거든요. 한 AI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 3년간 R&D 세액공제 신청 자체를 하지 않았다가, 흑자 전환 후 경정청구를 시도했는데 당시 증빙이 부족해서 상당 부분을 인정받지 못했어요. 이월할 공제액 자체가 없었던 거예요.
R&D 세액공제뿐 아니라 통합투자세액공제, 고용증대 세액공제도 같은 원리로 이월공제가 가능합니다. 다만 신청과 함께 증빙 관리, 고용 유지 등 사후관리 요건도 꾸준히 갖춰야 실제로 공제받을 수 있어요. 적자일 때 세액공제를 챙기는 건 지금 당장 환급을 받으려는 게 아닙니다. 흑자 전환 후 첫 해의 세금 부담을 미리 설계하는 일이에요.
현금 흐름, 손익계산서만 보면 틀립니다
적자 기업의 가장 큰 리스크는 사실 손실이 아닙니다. 현금이에요.
손익계산서에서 10억 적자인데 통장에서는 15억이 빠져나가는 일이 실제로 생깁니다. 선급금, 보증금, 재고 매입은 비용으로 잡히지 않지만 현금은 나가고, 감가상각비는 비용이지만 현금 유출은 없거든요. 결국 현금 기준 번인레이트를 따로 계산해야 정확한 런웨이가 나옵니다.
매출이 빠르게 느는 분기에 오히려 현금이 가장 빠듯해지는 경우도 많아요. 매출채권 회수는 30~90일 뒤에 들어오는데, 인건비와 운영비는 지금 당장 나가거든요.
법인세 시즌에 재무제표가 확정되면, 아래 세 가지를 꼭 점검해보세요.
현금 기준 번레이트— 손익 기준 적자와 실제 현금 유출의 차이는 얼마인가
매출채권 회수 속도— 평균 회수 기간은 며칠인가, 전년 대비 늘어나고 있지는 않은가
대형 현금 유출 예정— 향후 6개월 내 보증금, 장비 도입, 대규모 채용 등이 있는가
런웨이는 손익 기준이 아니라 현금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보세요. 작년 재무제표가 확정된 지금이 가장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 시점입니다.
🙏🏼 기억해주세요
3월이 지나면 법인세 시즌도 끝납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그냥 넘기기 전에 몇 가지만 기억해주세요.
✔️ 적자는 끝이 아닙니다. 결손금은 미래에 쓸 수 있는 세금 자산이고, 지금의 손실은 구조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면 오히려 신뢰의 근거가 됩니다. 세액공제 하나도, 지금 챙겨두면 흑자 전환 첫 해에 빛을 발해요.
✔️ 재무제표의 숫자가 아직 원하는 모습이 아니더라도, 그 숫자를 이해하고 관리하고 있다면 그건 이미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어려운 숫자를 마주하고 있는 대표님들, 재무 담당자분들, 잘 하고 계십니다. 응원합니다.
💡 AI 활용, 이렇게 해보세요.
세무조정계산서, AI에게 이렇게 물어보세요
세무대리인으로부터 받은 세무조정계산서 PDF를 AI에 첨부하고,
아래 질문을 붙여넣어 보세요.
① 이월결손금 확인
"자본금과 적립금조정명세서를 확인해줘.
이월결손금이 연도별로 얼마인지, 공제 가능 기한은 언제까지인지 표로 정리해줘."
② 적자 구조 파악
"손익계산서 비용 항목을 성장 투자 / 운영 비용 / 일회성 비용으로 분류하고, 분류 근거도 설명해줘."
③ 세액공제 누락 검토
"세액공제신청서를 확인해줘. 이월 가능한 항목 중 이번에 신청하지 않은 게 있는지 검토해줘."
다음 재무팀 글에서는 AI 드리븐 조직으로 전환하고 있는 고위드재무팀의 이야기,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보게 된 'AI에 대체되지 않는 재무팀의 모습'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곧 또 찾아뵐게요!
Sha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