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팀의 AX, 레브잇은 “묻지 않고 알게되는 정답”이라고 답했다.

레브잇 파이낸스 리드 박용수가 '묻지 않는 재무'를 설계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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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04, 2026
재무팀의 AX, 레브잇은 “묻지 않고 알게되는 정답”이라고 답했다.

"정답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레브잇 파이낸스 리드 박용수

이 문장은 어느 월요일 오후, 관악구의 한 회의실에서 들었다.

회의 테이블 너머의 재무 리드는 말의 속도를 절반으로 줄여 이 문장을 내놓았다. 그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정답"은 인터뷰 내내 박용수 리드가 가장 자주 쓴 단어였다.

회계에서 FP&A로 역할이 옮겨가는 것, 매니저에서 리드가 되는 것, 숫자 뒤의 의사결정까지 다루는 사람이 된다는 것 — 그는 이 모든 전환을 "정답을 안다"는 한 줄로 요약했다. 다른 사람보다 먼저 답을 쥐고, 그 답에 도달하는 길까지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지금 업계는 "재무가 AX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자동화된 장부, LLM이 다는 계정과목, 슬랙 봇이 답하는 세금계산서. 이런 언어들은 모두 도구의 이름이다.

그러나 도구 이전에, 한 사람이 어떤 질문을 들고 있었느냐가 시스템의 생김새를 결정한다. 박용수 리드가 설계한 레브잇의 지출관리 파이프라인은, "정답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한 문장이 한 재무팀의 장부로 번역된 결과였다.


묻지 않는 재무

레브잇 파이낸스 6인 팀이 그에게 처음 맡겼던 것은 이미 돌아가고 있던 증빙 체계였다.

직원이 법인카드로 결제하면 사용 내역을 매번 입력한다. 관행이다. 그러나 그는 입사하자마자 이상한 숫자 하나를 발견한다.

90명 중 5명이 증빙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 다섯 명 중 한 명이 그 자신이었다.

"사실 제가 그걸 하기가 싫어가지고요."

자기가 안 하던 일이었기 때문에, 그는 자기가 왜 안 했는지 스스로를 심문할 수 있었다.

"귀찮기도 하고, 막상 생각해보니까 '내가 이걸 왜 써야 하지'라는 생각이 든 거예요."

여기서 그는 재무가 거의 건드리지 않는 질문으로 넘어간다. 증빙을 요구하는 이유가 뭔가. 오사용을 걸러내기 위해서다. 그 오사용은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가.

"1,000건 중에 한 건이 될까 말까예요. 이 한 건을 걸러내기 위해서 90명의 직원들이 다 하나씩 누르는 게 너무 비효율이예요."

그의 계산은 이렇다. 1,000건의 지출을 90명이 매번 입력하는 시간, 그리고 재무팀이 그걸 한 건씩 깐깐하게 봐주는 시간

이 리소스를 인건비로 환산하면,

그 밑에서 발생하는 오사용의 금액을 덮고도 남는다. 500명, 1,000명이 되면 다시 계산해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규모라면, 증빙이라는 의례는 비싸다.

재무의 제1원칙은 의심이다.

사람을 믿지 마라, 증거를 받아라, 모순이 있으면 멈춰라. 그는 이 원칙 앞에서 다른 선택을 한다. 사람을 믿는 게 아니라, 사람에게 묻지 않는 것. 묻지 않는 대신 데이터로 확인한다. 처음 이 계산을 끝냈을 때 그의 시스템은 아직 없었다. API도 없었고, 그는 회계 프로그램에서 카드 내역을 다운받아 직접 훑었다.

그러다 법인카드 공급사 고위드가 API를 열었다.

그는 GPT 기반 이상 탐지 로직을 자체 개발하는 쪽도 검토하고 있었다. 그러나 카드사 홈페이지에서 매번 내려받는 것도, 자체 개발해서 유지·보수하는 것도, 결국 사람의 손이 닿는 일이었다.

"사람 손을 안 거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카드사에서 다운받는 것도 작업을 해야 되거든요. 그 어차피 재료인데, 버튼만 누르면 되는데, 그것까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한 문장이 설계의 축이 된다. 묻지 않는 재무는, 사람 손을 거치지 않는 원천 데이터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1원의 강박

그러나 '묻지 않는 재무'를 100% 자동화로 뛰어넘으려 하면 재무는 무너진다. 여기서 그는 두 번째 선택을 한다. 그의 파이프라인은 세 겹이다.

1차는 룰 베이스

식비, 교통비, 시간·일자·거리·복지 기준. 여기서 거래의 80%가 걸러진다.

2차는 과거 학습

이전 분류 결과를 누적해 15%를 더 집어낸다. 남은 5%는 가계정으로 넘어간다.

기계가 판단하기 애매한 거래를 의도적으로 남겨두는 버퍼다. 사람이 이 5%를 수기로 확인하고, 그 수정이 다음 회차의 학습에 들어간다. 여기에 카드 자체의 물리적 분리가 보조축으로 붙는다. "이 용도는 이 카드, 저 용도는 저 카드" 변수 자체를 줄여 오분류 확률을 떨어뜨린다.

가계정 5%가 이 설계의 핵심

완전 자동화 대신 의도적으로 남겨둔 사람의 자리. 그는 이걸 "방어"라고 불렀다.

"개발과 기획의 영역에서 포기한 것은 없었고, 포기한 게 있다 하면 포기라기보다는 방어를 쳤던 것 같습니다."

왜 방어인가. 재무의 특수성 때문이다.

"비즈니스 로직은 대부분 대수의 법칙을 따르거든요. 이런 트렌드다 정도만 보면 되는데, 저희는 1원 단위까지 맞아야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애매한 부분을 남겨놓을 수가 없었어요."

트렌드가 아니라 1원의 정확성. 이건 AI 시대에도 재무가 포기할 수 없는 조건이다.

무엇을 자동화하지 않을 것인가부터 설계한다.

1원이 어긋날 확률이 있는 구간은 가계정으로 분리해 사람이 본다. 그 수정이 다음 학습에 피드되고, 비율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 99%, 1%. 그는 지금도 그 1%를 고치고 있다.

"그 부분도 머신러닝을 돌렸었거든요. 근데 오차가 있었어요.”

“오차가 있으면 안 되잖아요."

이건 머신러닝에 대한 지적 후퇴가 아니다. 재무의 조건과 도구의 한계를 동시에 이해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판단이다. 박용수 리드의 설계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닌 이유는, 자동화가 닿지 못하는 영역을 먼저 인정하고 거기에 사람의 자리를 만들어 뒀다는 데 있다.


정답은 안과 밖을 동시에 본다

"정답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의 질문은 재무의 바깥으로도 뻗는다. 정답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는 두 겹의 시야라고 답했다. 내부 숫자를 빠삭하게 쥐고, 동시에 우물 안에서 나와 바깥의 시선을 끌어오는 일.

재무 리드로서 그는 자기 회사 실적을 내부적으로 긍정적으로 얘기한다.

"바깥에서 내다봤을 때 우리 회사가 정말 잘하고 있나? 다른 회사랑 비교도 해보고, '사람들이 우리 걸 왜 써야 되지?' 부정적으로도 생각해보고. 그런 것들을 조합해서 시니컬한 내용들을 리더들에게 많이 얘기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바깥에서 본 자기 회사는 다르다.

자기 회사에 대한 욕을 일부러 찾아 읽는다.

올웨이즈는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쿠팡이랑 네이버 다 있는데 너네가 무슨 특징이 있어서 매출 잘 나고 왔냐" 같은 글들이 커뮤니티에 가득하다고 그는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거든요. 거기서 그러면 반박하기 위해서 생각하는 것들이 생겨나요."

대부분의 재무 리드는 바깥의 소음을 차단하는 쪽으로 움직인다. 그는 반대다.

소음을 일부러 입력으로 쓰는 사람

정답은 안에서 장악하고, 밖에서 반박당하고, 그 반박을 다시 경영 회의의 언어로 되돌리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시스템 설계는 이 태도의 부산물이다. 안과 밖이 동시에 보이지 않으면, 자동화할 것과 자동화하지 않을 것을 가릴 수 없다.


한 시간도 길다 — 팀의 문법

시스템 하나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박용수 리드는 재무를 혼자 끌고 가지 않는다. 레브잇 파이낸스 6명이 공유하는 공리가 있다.

"저희는 팀 사람들 대부분이 모든 일들이 한 시간 이내에 이루어지기를 바라요. 한 시간도 길어요, 병목이예요."

이 강박은 재무 바깥으로도 번진다. 법무팀이 없어서 날인 업무가 재무로 떨어진다. 그가 외부 미팅 중이면 날인이 멈춘다. 이건 병목이다. 그래서 날인봇이 만들어진다. 요청이 올라오면 봇이 계약서를 검토하고, 상위 권한자가 승인하면 자동 날인된다.

이력은 전부 남는다. 세금계산서 확인도 공인인증서를 공유할 수 없으니 API와 연동된 봇이 답한다.

재무팀 바깥까지 번진 사례

플랫폼 셀러 정산은 원래 DB에서 매번 쿼리를 만들어 하나씩 확인하던 작업이었다. 담당자는 Claude를 DB에 연결해, 요청이 들어오면 봇이 대신 쿼리해 뱉어주도록 바꿨다.

"저희가 한 명을 채용하려고 했어요. 정산 개발자를. 그게 개발되면서 정산 개발자 채용하고 다른 개발자로 돌려줬어요."

자동화 덕에 채용 포지션의 정의가 바뀌었다.

자리가 사라진 게 아니다. 정산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그 자리는 다른 개발 업무를 맡을 사람으로 전환됐다.

이 짧은 문장 속 더 무거운 사실이 있다. 재무팀의 자동화 결정이 엔지니어링 채용 계획을 옮겨놓는다.

재무가 회사의 채용 구조까지 움직인다.

"저희는 개발을 그래도 한 30%쯤 무조건 해야 된다. 이거에 대해서 거부감이 없으셔야 돼요."

이 모든 일이 가능하려면, 팀이 처음부터 그런 팀이어야 한다. 박용수 리드는 면접에서 먼저 말한다.

"조금만 기다려봐.”, "학습되면 괜찮아질 거다”

그런 식으로 방어하면서 계속 바꾸고 있어요.

재무 리드가 채용 면접에서 개발 비중을 공지한다.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CFO·CEO가 자기 회사 재무팀 채용 공고를 다시 봐야 하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새로운 것을 할 때 따라오는 반발은 그도 피하지 않았다. 전표가 틀릴 때 팀원이 물었다. "틀렸는데 계속 써도 되는 거 맞아요?"

그는 답을 고치지 않고 시간을 샀다.


"해주지 마라"를 없애는 일

그가 스타트업으로 옮긴 이유는 성향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렇게 해야 사람들이 나중에 안 틀리려고 자각하고 온다' 이런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근데 그게 좀 저랑 안 맞아서."

그 전에 다닌 회사에서는 자금이체를 정해놓고, 그 이체를 하려면 현업이 무엇을 가져와야 하고, 틀리면 반려하는 방식이 많았다. 재무팀에서 흔한 일이다. 그는 자기 영향력을 펼 수 있는 작은 조직으로 옮겼다. 30명대의 스타트업이었다.

그가 이전 회사 재무팀장에게 가장 자주 들은 말이 있다.

"전 회사에서 팀장한테 가장 많이 들었던 게 '이거 해주지 마라'였거든요."

다른 재무 리더에게 그가 줄 조언

"해주지 마라'라는 말을 없애야 일이 될 것 같아요. 그 멘트만 없애도 회사를 위해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재무는 통제를 위해 사람들에게 뭔가를 요구한다. 묻고, 받고, 틀리면 반려한다.

이 논리의 반대편에 박용수 리드가 서 있다. 묻지 않고도 통제는 된다. 다만 그러려면 묻지 않고도 답을 찾는 사람이 먼저 있어야 한다. 그 결단이 앞에 있어야, 파이프라인도, 가계정도, 정산봇도 의미를 가진다.


재무의 끝 업무

인터뷰 말미에 그는 재무라는 직업의 미래를 이렇게 그렸다.

"비즈니스의 인사이트를 주는 게 재무의 끝 업무라고 생각하거든요. 기초 업무는 회계 처리하는 거고, 끝 업무는 인사이트를 주며 '우리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된다', 즉 사업 기획 업무가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회계 처리는 기초, 인사이트는 끝

1원 단위까지 맞아야 하는, 진짜 중요한 기초 업무를 자동화에 넘기고 나면, 재무 리드 앞에는 다른 종류의 시간이 놓인다. 성장하는 다른 스타트업의 재무팀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관찰된다.

한 LTV 지표를 경영 회의용으로 만들기 위해 데이터를 추출하고 계산해 내는 데에만 과거에는 2주가 걸렸다면, 지금은 3~4일이면 끝난다.

줄어든 시간은 지표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팀과의 더 디테일한 협의로 들어간다. 경영 데이터의 가시성이 올라가고, 같은 시간 안에서 재무는 회사의 의사결정에 더 깊이 관여한다.

박용수 리드의 파이프라인은 이 변화를 자기 회사 안에서 물리적으로 증명해 둔 셈이다. 기초는 기계에게, 끝은 사람에게. 재무 리드에게, 진짜 중요한 문제에 대해 학습하고 생각할 시간이 돌아온다.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줄어든 거고, 해야 되는 사람이 있기는 해야 되니까 이제 시니어들이 계속 있지 않을까. 대신에 그 무기들을 계속 개발하고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재무팀은 기초를 기계에 넘기고, 끝에 앉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는 주판이 계산기로 넘어왔을 때를 예로 들었다. 사람은 줄었지만 일은 남았고, 일을 하려면 더 좋은 도구를 계속 쥐어야 했다. 그다음 도구가 AI다. 재무가 쥐어야 할 무기다.

CFO·CEO가 지금 물어봐야 하는 질문은 "우리도 AX를 해야 하나"가 아니다. 그 질문은 이미 낡았다. 더 정확한 질문은 이것이다.

2주 걸리던 지표가 3~4일에 나올 때, 그 남은 시간을 인사이트로 바꿀 사람이 우리 리드인가?

박용수 리드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가 세운 원칙 하나가 자기 자신에서 시작해 팀 전체의 문법으로 번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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