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두 달 앞둔 어느 날, 건강기능식품 브랜드의 재무 담당자에게 제조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옵니다. "이번 시즌 물량을 확정하시려면 선급금부터 입금해 주셔야 합니다." 발주액은 십수억 원 규모, 그중 30% 가까이를 먼저 넣어야 생산 라인이 돌아갑니다. 통장 잔고를 다시 열어보게 되는 순간이죠.
매출은 아직 한 푼도 안 들어왔는데, 나가는 돈은 이미 확정된 상태입니다. 여기에 선물세트용 포장재 단가까지 오르는 시기와 겹치면 담당자 입장에선 숫자가 맞을 때까지 계산기를 몇 번이고 두드리게 됩니다. 대표에게 보고할 말은 결국 "이번 달엔 좀 빠듯합니다" 한 줄로 요약되곤 하죠.
건기식 산업은 계절 편중이 유난히 뚜렷한 업종입니다. 추석과 설, 가정의 달을 앞두고 매출이 몰리는데, 정작 돈이 먼저 나가는 시점은 그보다 한두 달 앞섭니다. 이 시차를 어떻게 메우느냐에 따라 시즌 하나를 무사히 넘기는 기업과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기업이 갈립니다.
연 3회, 건기식 자금이 몰리는 시기
건기식 브랜드의 자금 캘린더에는 매년 세 번의 고비가 있습니다. 추석과 설, 그리고 5월 가정의 달입니다. 선물 세트 수요가 집중되는 이 시기에는 평소 발주량의 몇 배에 달하는 물량을 미리 확보해야 합니다.
실제로 명절 시즌 발주액이 14억 원 안팎까지 커지는 사례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금액을 한 번에 결제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조사 상당수가 계약 단계에서 발주액의 30% 수준을 선급금으로 요구하기 때문에, 매출이 들어오기 전에 억 단위 자금이 먼저 빠져나갑니다.
세 시즌은 성격도 조금씩 다릅니다. 추석과 설은 선물세트 위주라 발주 물량 자체가 크고, 5월 가정의 달은 개별 소비자용 구성 상품 비중이 높아 SKU가 늘어나는 편입니다. SKU가 늘면 제조사와 조율해야 할 발주 건도 늘어나고, 그만큼 선급금을 나눠 지급해야 하는 타이밍도 여러 갈래로 쪼개집니다.
여기에 포장재 등 부자재 가격이 오르는 시기와 겹치면 부담은 배가 됩니다. 원가가 오른 만큼 선급금 규모도 함께 커지는데, 이 타이밍을 놓치면 물량 확보 자체가 밀리고 결국 시즌 매출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건기식 기업의 자금 계획은 매출 목표보다 발주 캘린더에서 먼저 시작해야 합니다.
연간 자금 계획을 세 시즌 단위로 쪼개 두면, 어느 달에 얼마가 먼저 나가야 하는지가 미리 보입니다. 시즌이 닥친 다음에 자금을 구하러 다니는 것과, 두세 달 전부터 선급금 규모를 알고 준비하는 것은 결과가 완전히 다릅니다.
제조사 선급금 구조와 카드 지출 이연
OEM·ODM 제조사 중에는 카드 결제 자체를 받지 않고 현금이나 계좌이체만 요구하는 곳이 많습니다. 법인카드가 있어도 정작 가장 큰 지출인 선급금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는 셈입니다.
거래처가 카드 가맹점이 아니면 한도가 아무리 커도 결제 수단으로 쓸 수 없습니다. 결국 필요한 건 한도가 아니라, 현금 결제만 받는 거래처에도 쓸 수 있는 별도의 지불 수단입니다.
이런 거래처를 위해 나온 고위드 법인카드 기능이 페이바이카드입니다. 고위드가 먼저 현금으로 제조사에 대금을 지급하고, 법인은 그 금액을 카드값처럼 나중에 상환하는 구조입니다. 수수료는 발생하지만, 현금이 당장 없어도 결제일까지 지출을 이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급금 타이밍을 맞추는 용도로 쓰입니다.
이 방식이 특히 유용한 지점은 발주 시점과 매출 발생 시점 사이의 간격을 카드값 결제일만큼 벌려준다는 데 있습니다. 발주 시점에 현금이 없어도 제조사 매입 비용 커버가 가능하고, 그사이 시즌 매출이 들어오면 결제일에 맞춰 상환하면 됩니다. 대금 지급과 실제 자금 유출 사이에 여유가 하나 더 생기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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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 다각화와 정산주기 관리
명절 시즌만큼이나 신경 쓸 부분이 판매 채널입니다. 쿠팡 같은 대형 플랫폼의 1P(직매입) 채널에만 의존하던 브랜드들이 최근에는 2P·3P(입점형) 비중을 절반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전략을 씁니다. 하나의 채널에 매출이 쏠렸을 때의 협상력 저하와 정산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서입니다.
1P 채널은 플랫폼이 직접 매입해서 파는 구조라 초기 물량 소화는 빠르지만, 가격 협상권이나 판매 전략의 주도권이 브랜드보다 플랫폼 쪽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채널마다 정산주기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직매입형 채널은 정산까지 걸리는 기간이 긴 편이고, 입점형 채널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대금이 들어옵니다. 채널을 다각화할수록 들어오는 돈의 타이밍이 제각각이라, 자금 계획을 세우는 일 자체가 더 복잡해집니다.
여기에 명절 시즌의 선급금 지출까지 겹치면, 나가는 돈은 이미 확정된 일정대로 움직이는데 들어오는 돈은 채널마다 제각각인 상황이 벌어집니다. 어느 채널에서 언제 정산이 들어오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맞으면, 발주는 이미 끝났는데 정작 결제일에 돈이 없는 사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채널을 늘리는 결정 자체는 매출 안정성을 높이는 좋은 전략입니다. 다만 그 전략이 자금 계획에 어떤 파장을 미치는지까지 함께 계산하지 않으면, 매출은 늘었는데 자금 관리 난이도만 덩달아 올라가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채널 전략과 자금 계획은 늘 세트로 검토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시즌 매입과 매출 정산의 시차 해소
건기식과 생활용품을 함께 취급하는 기업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분명 흑자인데 왜 월말 잔고는 항상 빠듯할까요." 답은 재고에 있습니다. 비시즌인 4~6월에 미리 매입한 물량이 실제로 팔리는 시점은 6~8월 시즌이라, 장부상 이익과 통장의 현금 사이에 몇 달의 간극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손익계산서만 보면 이 회사는 문제가 없습니다. 매출도 늘고 있고 영업이익도 플러스입니다. 그런데 재무 담당자가 매달 들여다보는 건 손익계산서가 아니라 통장 잔고입니다. 재고로 묶여 있는 자금은 회계상 자산이지만, 당장 결제일에 쓸 수 있는 현금은 아니라는 게 이 괴리의 본질입니다. 흑자 도산이라는 말이 남 얘기가 아니게 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이 간극을 메우는 데 고위드 페이바이카드와 성장 금융을 함께 쓰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카드 결제 대금의 납부일을 46일, 53일, 61일, 87일 등으로 늘려주는 상품으로, 광고비나 매입 대금 같은 변동비 지출에 주로 활용됩니다. 유동성 버퍼를 확보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시즌에 매입한 재고가 시즌에 팔리기까지 걸리는 시간만큼 결제일을 뒤로 미룰 수 있다면, 굳이 무리해서 단기 대출을 알아보지 않아도 됩니다. 수수료를 지출로 인식하고, 그 대가로 재고가 현금으로 전환될 시간을 버는 셈입니다.
목돈이 필요할 때 — 정책자금과 성장금융 병행
생산대금처럼 목돈이 필요한 시기에는 엔진을 검토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엔진은 렌탈사나 카드사 종합금융팀 같은 파트너사를 통한 할부판매·대출 상품으로, 거치 3개월에 분할상환 3개월을 더한 6개월 구조가 건기식 시즌 자금 흐름과 잘 맞는다는 판단에서 선택됩니다. 거치 기간 동안 원금 부담 없이 매출이 들어오는 시점까지 버틸 수 있다는 점이 시즌 사업 구조와 잘 맞습니다.
여기에 홈쇼핑 채널 확대, 모델 섭외, TV 광고 제작, 임상시험 비용, 원자재 매입까지 한꺼번에 겹치는 시기도 있습니다.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려는 확장 국면에서는 한 번에 수십억 원 규모 자금이 필요해지는데, 정책자금과 카드·성장금융을 함께 활용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이런 확장 지출은 명절 시즌 선급금과 성격이 다릅니다. 선급금은 이미 확정된 매출을 만들기 위한 지출이지만, 모델 섭외나 임상시험 같은 지출은 미래 매출을 만들기 위한 투자에 가깝습니다. 자금 조달 방식을 정할 때도 이 성격 차이를 구분해서, 회수 시점이 짧은 지출과 긴 지출을 서로 다른 상품으로 관리하는 편이 나중에 자금 계획을 복기하기도 쉽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OEM 생산 리드타임이 늘어나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매출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금이 없어서가 아니라 생산 자체가 지연되어 매출을 놓치는 상황이라, 이런 시기에는 원자재 매입 자금을 더 일찍, 더 넉넉하게 확보해 두는 편이 리드타임 지연에 대한 최선의 대비가 됩니다.
시즌을 앞두고 점검할 것들
명절 시즌이 다가오기 전에 확인해 볼 목록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하나씩 짚어보면서 우리 회사가 어디에 취약한지 점검해 보세요.
다음 시즌 발주 캘린더와 선급금 비율을 미리 확인했는지 — 발주 시점과 선급금 지급일을 역산해 두면 자금 압박이 닥치는 시점을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거래처 리스트를 파악하고 있는지 — 가맹점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결제 수단 문제로 발주가 밀리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채널별 정산주기를 표로 정리해 두었는지 — 1P·2P·3P 채널마다 대금이 들어오는 시점이 다르다는 걸 숫자로 정리해야 계획이 섭니다
비시즌 매입과 시즌 매출 사이의 자금 갭을 계산해 봤는지 — 재고에 묶이는 기간만큼 현금이 비는 구간을 미리 알아야 대비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맞는 성장금융 옵션을 검토했는지 — 지출 이연이 필요한지, 목돈 대출이 필요한지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집니다
시즌 장사는 결국 물량과 타이밍 싸움입니다. 선급금 타이밍을 놓쳐 생산이 밀리면,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명절 특수를 놓치게 됩니다. 반대로 자금 타이밍을 미리 계산해 둔 기업은 시즌이 닥쳐도 발주와 결제 사이에서 허둥대지 않습니다.
이런 시즌 자금 흐름에 맞춰 지원하는 고위드 법인카드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시즌이 시작된 뒤에 자금 옵션을 알아보기보다는, 발주 캘린더가 확정되는 시점에 미리 카드와 성장금융 구조를 맞춰 두는 편이 훨씬 여유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