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위드 재무팀 지윤실입니다.
결산을 마치고 손익계산서를 들여다보다 보면, 낯선 줄에서 시선이 멈출 때가 있습니다. 지급 수수료가 어느새 꽤 큰 금액이 되어 있고, 복리후생비도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하나하나는 분명 우리가 승인하고 결제한 돈인데, 한데 모아 보면 "이게 다 어디에 쓰인 걸까" 싶어집니다.
"비용을 줄이세요." 비용 관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일 겁니다. 하지만 무조건 아끼라고 하면 쓸 데에 못 쓰고, 성장까지 함께 멈춥니다. 진짜 물어야 할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이 돈에 목적이 있는가."
모든 비용에는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회사의 모든 비용에는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목적이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목적은 곧 '나아가는 방향'이고, 회사가 가려는 방향은 사업의 목표, 더 멀리 보면 회사의 가치를 키우는 일입니다. 그래서 모든 비용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거기에 맞닿아 있어야 합니다.
이 기준에서 점검 하나가 나옵니다. 방향을 잃어버린 비용은 없는가. "이 돈을 쓰는 이유가 지금 우리가 만들려는 가치와 연결되어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 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목적 없이 흘러가는 비용이라는 신호입니다. 비용 관리는 이 신호를 찾아내는 일이지, 무작정 가위질하는 일이 아닙니다.
목적을 잃지 않으려면 언제, 무엇을 봐야 할까요. 저는 비용을 쓰기 전, 쓰는 중, 쓰고 난 후 세 장면으로 나눠서 봅니다.
쓰기 전: 길을 잃을 비용은 처음부터 들이지 않기
가장 중요한 장면은 사실 돈을 쓰기 전입니다. 한번 새기 시작한 비용을 막는 것보다, 목적이 흐릿한 비용을 애초에 들이지 않는 편이 훨씬 쉽습니다.
새 비용을 승인하기 전에 네 가지를 먼저 정합니다. 누가 담당하고(담당자), 어떻게 결제하며(결제 수단), 얼마 주기로 나가고(결제 주기), 무엇을 기대하는가(집행 효과). 이 네 가지에 답하지 못한다면, 그 비용은 아직 집행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입니다.
특히 연 단위 결제는 늘 경계합니다. 요즘은 이 경계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AI가 빠르게 번지면서 업무 도구의 교체 주기가 눈에 띄게 짧아졌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1년 약정으로 들인 협업·문서 도구가, 한 분기도 지나지 않아 AI 기능을 갖춘 다른 서비스로 대체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새 도구로 갈아타도, 이미 결제한 약정 비용은 그대로 묶인 채 남습니다.
할인을 받으려고 1년을 묶었는데, 정작 그 도구가 한 분기 뒤에도 최선일지 확신하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1년 약정으로 아끼는 금액보다, 그사이 길을 잃을 확률이 더 커졌습니다. 목적이 분명하고 1년 내내 확실히 쓸 도구라면 연 결제도 좋은 선택이지만, "일단 싸니까" 묶는 순간 그 돈은 12개월 동안 방향을 잃어도 손쓸 수 없는 비용이 됩니다.
이 단계에서 경비 정책도 함께 세워둡니다. 먼저 무엇을 자율에 맡기고 무엇을 승인받게 할지 선을 긋습니다. 승인이 필요한 영역은 절차를 정하고, 자율에 맡기는 영역은 규정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어디까지가 정상이고 어디부터가 오·남용인지 기준을 정해둡니다. 이렇게 미리 정해두는 건 사람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매번 같은 고민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담당자와 기대 효과를 먼저 정하고, 연 약정을 신중히 따지고, 경비 정책으로 선을 그어두는 일. 모두 한 가지를 위한 준비입니다. 길을 잃을 비용을 처음부터 들이지 않는 것.
쓰는 중: 기록하고, 목적에 따라 태깅하기
비용이 집행되는 동안 할 일은 기록과 태깅입니다.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세부 내용을 남기고, 그 돈에 목적표를 붙입니다.
태깅은 복잡한 작업이 아닙니다. 평소 적던 비용계정·금액·거래처명 옆에 항목 몇 개를 더 적는 정도입니다. 이 돈이 어떤 사업·매출과 연결되는지, 어느 팀이 쓰는지, 어떤 기준으로 나가는지를 적습니다. 같은 지급수수료라도 '구독 사업 / 마케팅팀 / 인원당 과금'이라고 붙여두면, 나중에 "이 비용이 어느 매출을 위한 돈이었는가"라는 질문에 곧바로 답할 수 있습니다.
한발 더 들어가면, 비용은 변동비와 고정비로 나눠서 봅니다. 원가·광고비·수수료처럼 사업과 제품에 따라 움직이는 변동비는 '어떤 매출과 연결되는가'로 묶습니다. 인건비·임차료·SaaS 구독료처럼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은 두 가지로 정리합니다. 누가 쓰는지(전 직원인지 특정 팀인지),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부과되는지(계정당인지 사용량인지)입니다.
이렇게 태깅해두면 두 가지가 따라옵니다. 지금 이 비용이 매출에 기여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다음 사업계획을 세울 때 비용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흩어져 있던 숫자가 읽을 수 있는 정보가 됩니다.
사실 '기록' 자체는 점점 손이 덜 가는 일이 되고 있습니다. 법인카드로 결제하면 무엇을 언제 얼마에 썼는지는 자동으로 남고, 요즘은 AI가 분류와 집계까지 대신해줍니다. 하지만 도구가 아무리 좋아도, AI가 '이 돈에 목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대신 던져주지는 않습니다. 무엇을 묻고 무엇을 검토해야 할지 아는 눈, 그리고 그 답을 끝까지 들여다보려는 의지. 그건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쓰고 난 후: 한 달에 한 번, 전체를 다시 보기
돈을 쓴 뒤에도 점검은 끝나지 않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은 전체 비용을 펼쳐 전월과 비교합니다. 갑자기 늘어난 항목은 없는지, 줄여도 되는 비용은 없는지, 처음 기대한 효과가 나오고 있는지를 봅니다. 이 정기 점검이 '쓰기 전'에 세운 목적과 '실제로 쓰인 결과'를 맞춰보는 자리입니다.
놓치기 쉬운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담당자가 퇴사할 때입니다. 그 사람이 결제하던 구독이나 정기 비용이 주인을 잃은 채 계속 빠져나가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그래서 퇴사자 오프보딩 절차에 '담당자가 관리하던 비용 점검'을 반드시 넣어둡니다.
점검 없이 권한만 열어두면 사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누가 무엇에 쓰는지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구조 자체가 위험 신호입니다. 정기 점검은 의심이 아니라, 회사와 구성원 모두를 지키는 안전장치입니다.
목적 없는 지출을 없애면, 줄이지 않아도 건강해집니다
비용을 무조건 아끼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쓸 데는 제대로 쓰되, 방향을 잃은 돈은 없게 하자는 것입니다. 쓰기 전에 목적을 정하고, 쓰는 동안 목적을 태깅하고, 쓰고 난 후 다시 맞춰봅니다. 이 세 장면을 돌리는 것 만으로 새는 돈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목적 있는 비용만 남기는 회사는, 억지로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건강해집니다. 그것이 오래 가는 회사의 습관이라고 믿습니다.
사실 여기까지 읽고 '다 아는 얘기인데' 싶으셨을지도 모릅니다. 맞습니다. 비용에 목적을 묻는 일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상식에 가깝습니다. 진짜 어려움은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막상 들여다보지 않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거창한 결심 대신, 오늘 두 가지만 해보시길 권합니다.
① 손익계산서나 카드 내역을 펼쳐, "이건 왜 나가지?" 싶은 항목 세 개를 찾아보세요. 그 세 개가 목적을 잃은 비용의 후보입니다.
② 정기 결제·구독 목록을 만들어 각각에 담당자와 목적을 확인해보세요. 담당자나 목적이 확인되지 않는 항목이 있다면, 거기서부터 점검을 시작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