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신뢰를 얻고, 그 신뢰를 현금으로 만들어 가는 곳입니다. 고객의 문제를 더 나은 방법으로 해결하고, 그 대가로 수익을 얻습니다. 그렇게 만들어 낸 수익이 현금으로 남아야 회사는 다음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숫자는 많지 않습니다. 매출은 시장과 고객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용은 회사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타이트 파이낸스는 비용을 다루는 고위드의 방식입니다.
1. ‘아끼자’가 아닌 ‘알고 쓰자’
투자 시장이 뜨거울 때는 성과가 보이는 곳에 과감하게 돈을 넣습니다. 성장 속도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자원을 투입해서라도 빠르게 몸집을 키우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런 방식을 그로스 파이낸스라고 합니다.
반대로 시장이 식으면 평가 기준도 달라집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타이트 파이낸스입니다. 회사의 현금이 어디서 들어와 어디로 나가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 흐름을 개선해 재정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타이트 파이낸스를 비용을 무조건적으로 줄이고 돈을 쓰지 말자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핵심은 무조건 아끼는 데 있지 않습니다.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려면 어디에 얼마를, 언제 쓰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기준없이 아끼는 것은 회사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지만, 어디에 왜 쓰는지 알고 판단하면 비용도 성장의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2. 목적 없는 비용이 없도록
그래서 고위드가 비용을 관리할 때 지키는 원칙은 하나입니다. 목적 없는 비용을 없애는 것입니다.
모든 비용은 직간접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경영자는 매출을 늘리고 경비를 줄이기 위해 끈질기게 궁리해야 한다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비용에 목적이 있다면 가설도 있어야 합니다. 광고비를 쓰면 재구매가 얼마나 늘지, 새로운 사람을 채용하면 어느 사업의 매출이 얼마나 늘어날지와 같은 가설입니다. 비용을 투입하는 이유와 기대하는 결과를 함께 설명할 수 없다면, 그 비용은 ‘목적 없는 비용’입니다.
그렇다고 목적 없는 비용을 회계 계정만 보고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급수수료 11.4억 원, 복리후생비 3억 원이라는 숫자만으로는 어떤 지출이 필요한지, 어디서 돈이 새고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3. 돈이 나가는 순간을 관리한다
지출을 통제힐 때 관리할 것은 예산 총액보다 돈이 나가는 순간을 살펴봐야 합니다. 쓰기 전, 쓰는 중, 쓴 뒤로 나눠 보겠습니다.
쓰기 전에는 기준을 세웁니다.
누가 무엇을 위해 얼마를 얼마나 자주 쓰는지, 그 돈으로 무엇을 얻으려는지 먼저 정합니다.
경비 정책은 네 가지를 정하는 일입니다. 직원이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범위와 승인이 필요한 범위를 나누고, 승인 절차를 정합니다.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비용도 기준을 정해 모두에게 공유하고, 잘못 사용했을 때 어떻게 처리할지도 정합니다.
정책을 만드는 이유는 모든 지출을 일일이 막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직원들이 기준을 알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준이 명확하면 매번 확인하지 않아도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연 단위로 결제하는 계약은 한 번에 큰 현금이 빠져나가므로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법인카드로 1억 원을 쓴 임원이 횡령으로 고발된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정책과 점검 체계가 없는 회사라면, 임원 개인의 잘못으로만 돌리기 어렵습니다. 지출을 관리하는 회사의 구조에도 문제가 없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쓰는 중에는 기록합니다
회계 시스템에는 비용이 어떤 계정으로 얼마만큼 발생했고, 어느 거래처에 지급됐는지가 기록됩니다. 여기에 어떤 사업이나 제품에 쓰인 비용인지, 누가 사용하고 관리하는지, 매출에 따라 함께 늘고 줄어드는 비용인지까지 알아야 비용이 발생한 이유와 성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정보가 있어야 같은 지급수수료라도 어느 사업에서 누가 쓴 돈인지, 매출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비용을 단순히 기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로 바꾸는 것입니다.
쓴 뒤에는 점검을 습관화 합니다
고위드 재무팀은 매일 10분 남짓 입출금과 카드 내역을 확인하고, 매주 재무팀과 사업 담당이 함께 앉아 비용 집행 효과를 봅니다. 매월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지난달과 비교하며, 현금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도 다시 계산합니다. 사용하지 않는 구독 서비스나 중복 계약을 정리하고, 퇴사자의 카드와 계정도 정리합니다.
이 세 단계는 따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쓰기 전에 기준을 세워야 지출을 기록할 때도 무엇을 봐야 할지 알 수 있고, 기록이 쌓여야 쓴 뒤의 점검도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회사가 지출이 발생한 뒤에야 비용을 살펴봅니다. "이번 달 카드값이 왜 이렇게 나왔지?" 하고 묻는 순간에는 이미 돈이 나간 뒤입니다. 지출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쓰고 난 뒤보다 쓰기 전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4. 변동비와 고정비, 우리 회사 기준으로
앞서 기록해야 할 세 가지 정보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비용이 매출에 따라 움직이는지 여부입니다.
매출이 늘면 함께 늘어나는 비용을 변동비라고 합니다. 원재료비, 상품 매입비, 운송비, 광고비, 결제 수수료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면 임차료, 기본 인프라 비용, 보험료처럼 매출이 없어도 발생하는 비용은 고정비입니다.
인건비는 조금 더 따져봐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고정비로 분류하지만, 특정 수주를 위해 투입하는 개발 인력처럼 해당 비용을 줄이면 매출도 함께 줄어드는 경우에는 변동비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판단 기준은 그 비용을 없애더라도 매출이 유지되는지입니다.
매출에서 변동비를 빼면 공헌이익이 남습니다. 공헌이익이 고정비와 같아지는 지점이 손익분기점입니다. 회사의 상태를 파악할 때 단순히 매출 규모만 보기보다 손익분기점에 얼마나 가까운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IT 플랫폼 회사의 공시 자료도 이 기준으로 다시 살펴봤습니다. 매출은 499억 원, 판관비는 961억 원이었습니다. 판관비에는 광고비와 수수료뿐 아니라 매출에 따라 달라지는 인건비도 섞여 있었습니다. 비용을 성격에 따라 다시 나눠 보니 매출에서 변동비를 뺀 비율이 1년 만에 −58%에서 −16%로 개선되어 있었습니다. 영업이익은 여전히 적자였지만, 매출이 늘어날수록 손실이 줄어드는 구조로 바뀌고 있었던 것입니다. 손익계산서의 영업이익만 봐서는 이런 변화를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같은 구분을 현금 기준에도 적용합니다. 통장에 들어오고 나가는 돈을 변동비와 고정비로 나누면 회계 마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시점에서 공헌이익을 가늠하고, 지출이나 투자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비용을 이렇게 나눠 보면 어디에 자원을 더 투입할지도 판단하기 쉬워집니다. 공헌이익으로 고정비를 감당하고 이익을 내는 사업에는 변동비를 추가로 투입해 성장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아직 이익이 나지 않는 새로운 시도는 기간과 투입 금액을 정해 두고, 그 범위 안에서 실행합니다.
5. 분류해 두면 현금이 돌아온다
비용의 목적과 성격을 구분해 두면 부가세 매입세액을 분류할 때도 정확해집니다.
사업과 관련 없는 지출이나 접대비, 택시·항공 등 여객 운송비, 해외 사용액, 적격 증빙이 없는 지출 등은 매입세액 공제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지출 내역과 증빙을 정확히 구분해 두면 공제 가능한 항목을 놓치지 않고 챙길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분기마다 납부할 부가세가 줄거나 환급받는 금액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6. 이번 주에 할 일
지출 관리를 시작하기 위해 거창한 시스템부터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지난달 지출 내역을 꺼내 다음 네 가지부터 확인해 보세요.
첫째, 지난달 지출을 확인하고 쓰기 전에 정해 둔 것과 아닌 것으로 나눠 봅니다
지난달 지출 중 사전에 목적이나 기준을 정하지 않았던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합니다.
둘째, 금액이 큰 지출 열 개를 골라 세 가지 정보를 더합니다
어느 사업의 비용인지, 누가 책임지는지, 매출에 따라 움직이는 비용인지 적어 봅니다.
셋째, 위의 기준으로 변동비와 고정비를 다시 나눠 봅니다
매출에서 변동비를 뺀 금액이 고정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확인합니다. 인건비에서도 매출에 영향을 주는 인원을 따로 구분해서 살펴봅니다.
넷째, 경비 정책을 확인합니다
이미 정책이 있다면 직원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에 있는지 확인합니다. 없다면 승인받아야 하는 지출부터 정해 봅니다.
측정해야 비로소 보이고, 보여야 관리할 수 있습니다.
매출을 늘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매출이 실제 현금으로 남는 구조를 만드는 일입니다. 그래야 회사가 다음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