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위드 재무팀 지윤실입니다.
이익이 나고 있는데 회사가 멈추는 경우가 있습니다. 흑자도산입니다.
숫자로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한 달 매출 100, 비용 80이면 장부에는 20이 남습니다. 그런데 매출의 절반이 아직 안 들어온 외상이라면 실제로 들어온 돈은 50이 되고, 비용 80은 그대로 나가게되어 그 달 통장은 30이 줄어듭니다. 장부는 흑자인데 현금은 마이너스인 상태가 되는 겁니다.
이 차이는 수금 주기가 길수록, 그리고 매출이 빨리 늘수록 커집니다. 매출이 두 배가 되면 회수되기 전까지 묶여 있는 돈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손익분기를 넘긴 달인데도 통장은 여전히 마이너스인 회사가 생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 구간을 버티지 못하면, 흑자를 눈앞에 두고 멈추게 됩니다.
현금 관리는 사정이 어려울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잘될 때 더 필요합니다. 그래서 현금에 대한 안전선을 미리 정하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현금이 좀 있어야지"는 기준이 되기 어렵습니다
버퍼가 필요하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하십니다. 그런데 얼마가 필요하냐고 여쭤보면 숫자로 답하시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기준이 없으면 통장 잔액을 볼 때마다 판단이 달라집니다.
고위드는 이렇게 계산하고 있습니다.
안전보유현금 = 월 고정비 × N개월 + 확정 지급예정액
확정 지급예정액은 세금, 상여, 대출원금상환 처럼 매월 발생하지는 않아도 시점이 이미 정해져 있는 유출인데요. 이걸 빼놓고 기준을 잡으면 평소에는 잘 지켜지다가 매년 같은 달에 한 번씩 무너집니다. 부가세 내는 달, 상여 나가는 달에요. 앞으로 6개월 안의 유출 일정만 미리 적어두셔도 이 문제는 꽤 줄어듭니다.
N은 3개월에서 시작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쓰는 기본값은 고정비 3개월치입니다.
매출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이유로 멈출 수 있습니다. 주요 고객사의 사정이 바뀌기도 하고, 시장이 갑자기 얼어붙기도 하고요. 그런 일이 생겼을 때 회사가 얼마 동안은 버틸 수 있어야 하는지를 생각해봤습니다. 매출이 없어도 세 달은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저희가 잡은 선이었습니다. 세 달이면 상황을 파악하고, 대안을 만들고, 필요하다면 조달선을 여는 데 최소한의 시간은 확보되니까요.
그러니까 3개월은 편의상 정한 숫자라기보다 "매출이 없어도 버티는 기간"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 가깝습니다. 같은 질문을 회사에 한번 던져보시면 N이 3보다 커야 하는지가 보이실 겁니다. 수금까지 오래 걸리거나, 계약 갱신이 특정 달에 몰려 있거나, 지금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라면 3보다 크게 잡으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기준을 세우는 것보다 지키는 일이 어렵습니다
기준을 정해놓고도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대개 비슷합니다. 그 돈이 운영 통장에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면 쓰게 되더라고요. 계좌를 따로 두시는 것부터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월말 잔액을 확인하실 때 이 기준선과 나란히 놓고 보시면 좋습니다.
자금 조달은 안전선을 밑돌기 전에 준비해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자금 조달은 정말 필요한 순간보다 아직 필요하지 않을 때 더 쉽게 열립니다.
고위드는 채울 순서를 정해두었습니다
고위드는 운영에서 생긴 현금을 운영준비금 → 안전보유현금 → 성장준비자금 순서로 채웁니다. 수조 세 개가 나란히 있고, 앞 수조가 목표를 채워야 다음으로 넘어가는 구조입니다. 운영준비금은 당장 회사를 돌리는 돈, 안전보유현금은 앞에서 말씀드린 방어선, 성장준비자금은 그 둘을 채우고 남은 성장 재원입니다.
각 수조에는 신호등을 붙여두었습니다. 빨간불이 어디에 있느냐가 이번 달에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줍니다. 성장준비자금이 빨간불이면 지금은 확장을 논의할 때가 아니고, 안전보유현금이 빨간불이면 조달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죠. 잔액 하나만 보고 있을 때는 이 판단까지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쓸 돈을 정하기 전에 채울 순서부터 정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준선이 흔들린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안전보유현금을 헐어서 이번 달을 넘기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한 번은 그럴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런 달이 반복된다면, 이번 달 자금 사정이 아니라 회사의 구조를 들여다볼 때가 된 것일지 모릅니다. 부족한 돈을 어디서 메울지 찾기 전에, 왜 매달 이 선이 흔들리는지부터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기준을 정해두면 좋은 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통장 잔액만 보고 있으면 현금이 줄어들 때마다 똑같이 불안합니다. 기준선이 있으면 이번 달의 감소가 원래 그런 달이어서인지, 아니면 손을 대야 하는 상황인지 구분이 됩니다. 판단할 근거가 생기는 셈입니다.
N은 회사마다 다르고, 처음부터 정확한 숫자를 찾으실 필요도 없습니다. 오늘 하나만 해보신다면 월 고정비에 3을 곱하고, 앞으로 6개월 안에 시점이 정해진 유출을 더해보세요. 그 숫자를 지금 통장 잔액과 나란히 놓아보시면 우리 회사가 어디쯤 있는지 보이실 겁니다.